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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추억 / 정상화(鄭相和)

덕 산 2024. 6. 27. 09:15

 

 

 

 

 

여름날의 추억 / 정상화(鄭相和)

 

손바닥만 한 하늘을 이고 사는

배내골 사람들

가난의 귀퉁이를 잘라 밀주를

빗는다

 

꼬두밥에 누룩 비벼

일주일 지나면 김도 나지 않는

술독은 끓어 올라 걸쭉한

농주가 되어갈 때쯤

 

단속반 마을을 발칵 뒤집고

술독을 인 아낙들 산으로

들로 흩어지고 어무이는 집 뒤

대밭으로 숨겼는데

 

말을 막 시작한 동생

"술단지 내 노소"

단속반 흉내에 밀주는 빼앗기고

어무이, 소리 없는 흐느낌

 

지게 벗은 아부지

목 축일 농주 대신 냉수를 벌컥이며

가난의 탈출구를 그리시고

 

눈치만 살피다가

배고픔 생감자로 달래며

멍석 위에 누워 어른 되는 꿈으로

별빛 따라 잠든 그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