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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상념의 나래 / 문장우

덕 산 2024. 6. 21. 08:47

 

 

 

 

 

무더위 속 상념의 나래 / 문장우 

 

뜨거운 여름 속 폭염

오고 또 가게 내버려 두고

오직 세월의 속도만을

바라보련다.

 

세월의 바람이

폭염을 한 움큼씩 쥐고 달아나다 보면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여름도

안녕이라 하고 손 흔들면 떠나겠지

 

산 까치 한 쌍이

시간을 물고 땀방울 훔치며

고갯길 넘어가니

 

기다림이란

나의 시간과 나의 속도라

붉은 오색단풍이

신선한 바람과 함께 나타나

지난날의 희한도 희열도

촉촉이 묻어나리라

 

서산을 넘는 붉은 해는

하품 끝에 눈물 만 훔치는데

 

무더위 속 시원한 가을 길은

날마다 그리워도

손 닿지 않는 곳에

아직 머물고 있으니

 

해묵은 기억들은 구름밭을 이루고

어릴 적 물장구 치며

뛰어놀던 강가에는

내 유년의 종이배가

조용히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