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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 / 김명수

덕 산 2024. 4. 10. 16:33

 

 

 

 

 

개나리꽃 / 김명수 

면목동 언덕배기 산비탈 방에

전라도에서 올라온

두 자매가

어젯밤 야업을 끝내고

혼곤히 잠들어 있다

두고 온 고향의 헐벗은 산등성과

버짐 핀 동생들의 얼굴을 그려보며

웃목에는 끓여 먹은 라면 그릇이

치우지도 못한 채

포개져 있는데

 

"언니! 언니!

아끼고 아껴서 부친 돈으로

농사빚은 얼마나 갚았을까?"

삼월은 아직도 추운 봄인데

연탄조차 갈지 않은 썰렁한 방에

두 자매가 꺾어놓은

개나리꽃이

망울을 맺은 채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