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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얀 눈이 되어서 / 정세일

덕 산 2024. 2. 22. 09:28

 

 

 

 

 

나는 하얀 눈이 되어서 / 정세일 

 

나는 하얀 눈이 되어서

첫눈이 내리는 날에

잠들지 못하고 호롱불을 밝혀놓으신

당신의 창가에 소복이 쌓이고 있습니다

 

당신은 밤이 깊었는데도

첫눈이 내리는날 눈으로 오는

나를 보시기 위해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시군요

 

당신의 기다리시는 마음처럼

나는 당신의 창가를

나의 온몸을 부딪혀 당신의 창문을

두드려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창문을 열어서

나의 온몸이 함박눈이 된 것을 보신다면

보이는 모든곳을 당신가슴만큼이나

깊이 잠기도록 하얀 눈을 쌓아놓은

나를 보실수 있으실것입니다

 

당신의 창가에 눈으로 내릴 수 있음이

어찌 그리도 행복한지요

밝은 해가 떠서 나의 몸을 삭이더라도

당신의 창가에서 순결한 모습으로

눈처럼 하얀 꿈을 꿀 수 있으니까요

 

나는 하얀 눈이 되어서 당신의 창가에

있어서야 순결한 아름다움은 눈처럼 녹아서

가슴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사랑하는 당신이여

당신의 창문을 열고 나를 바라보아 주십시오

 

나의 온몸이 벌써 잠기고

당신의 마음의 들도

당신의 생각의 강도

당신의 바라보시는 앞산도

그리고 나를 업은

어린 생각도 잠기고 있습니다

 

나는 하얀 눈이 되어서 당신의 창가에

소리 없이 온밤이 다 잠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