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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 이수익

덕 산 2023. 11. 29. 18:03

 

 

 

 

 

억새 / 이수익 ​

너희들은 누가

거기 세웠니?

누가 너희들을

사람들이 지날 적마다 손 흔들라고

시켰니?

쓸쓸한 초겨울 여행길

외진 산등성이에서 만난

억새들, 

몸부림치며 눕고

몸부림치며 일어서서

내게 인사했지만 

아, 나는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절절한 몸짓의 언어를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버스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것이 온통

눈물이었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