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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 김경숙
덕 산
2023. 11. 8. 15:53
낙엽 / 김경숙
날마다 길이 되는 여자를 보아
가는 듯 오는 듯
가을비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스스로 바닥이 되는 여자
낯익은 길목에서 함께 꽃피우며
웃음이었을
눈물이었을
뜨거운 전생이었을 여자
저문 골목에서 추위를 부둥켜안고
귀뚜라미 울음이 빼곡한
만장을 펄럭이며
돌담을 따라 걷고 있는 여자
젖은 길모퉁이를 돌아서며
웃는 듯 우는 듯
야윈 어깨로 허공을 흔들어보며
자꾸 눈물이 되는 여자를 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