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生死)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사람 / 법정스님
생사(生死)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사람
사랑에서 근심이 생기고
사랑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사랑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랴.
욕락에서 근심이 생기고
욕락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욕락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랴.
애욕에서 근심이 생기고
애욕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애욕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랴.
계행과 식견을 두루 갖추어
바르게 행동하고 진실로 말하며
자기 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이웃에게서 사랑을 받는다.
말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고
생각한 뒤에 말해
온갖 욕망에서 벗어난 이.
그는 생사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사람.
그때 네 사람의 비구는
이 가르침을 듣고 부끄러워 하며 크게 뉘우쳤다.
-법구비유경 호희품(法句譬喩經 好喜品)-
<법구경>에서는 이런 뜻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 두 편의시를 들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지 말라.
미운 사람과도 만나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일부러 만들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재앙이니까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집착이 없다.
자유로워 지려면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괴로움의 원인은 곧 집착에 있다.
특히 초기 불교에서는
세속적인 것은 아예 멀리 하라고 거듭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대승 불교에서는 보살의 대비원력을 가지고
모든 중생 속에 뛰어들어 구제 하라고 한다.
어떤것이 올바른 가르침 일까?
물론 두 입장이 모두 타당한 가르침이다.
문제는 행위자의 원과 기량에 달린 것이다.
우리가 산속으로 들어가 도를 닦는 것은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발견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우리가 사람들을 떠나는 것은
그들과 관계를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 법정스님의 “비유와 인연설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