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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하얀 구절초 / 淸草배창호

덕 산 2023. 10. 9. 08:51

 

 

 

 

 

시월의 하얀 구절초  / 淸草배창호

 
소슬바람이 한 소절씩 지나칠 때면
취하도록 깊은 울림이라서
이 한철만의 산야에는 그윽한 운치가
눈만 흘겨도 지천으로
잔잔히 늘어놓고 있습니다

가히 절색은 아닌데도
오롯이 새벽이슬 머금은 채
티 내지 않아도 차마 삼킬 수 없는
고즈넉한 시월의 단상으로
고집스런 땡볕을 이겨낸 구절초! 

성냥불 같은 노을로 일고 있는 산하에 
서성거린 행간은 엄니의 하얀 옷고름처럼
눈길 닿는 곳마다
흉금 없는 회포를 풀어
넘치도록 아련하기만 한 연민입니다

밤과 낮의 조화에 내려앉은 
상사화의 빈자리를 채우는 네,
가슴을 적시는 영혼을 다독이듯
갈바람에 상념에 젖은 향기의 사랑은 
찬 서리에 시작은 이렇듯 애틋하고도 곱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