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3938

4월의 노래 / 곽재구

4월의 노래 / 곽재구 4월이면 등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며 첼로 음악을 듣는다 바람은 마음의 골짜기 골짜기를 들쑤시고 구름은 하늘의 큰 꽃잎 하나로 마음의 불을 가만히 덮어주네 노래하는 새여 너의 노래가 끝난 뒤에 내 사랑의 노래를 다시 한번 불러다오 새로 돋은 나뭇잎마다 반짝이는 연둣빛 햇살처럼 찬란하고 서러운 그 노래를 불러다오

좋은 글 09:06:05

할머니의 4월 / 전숙영

할머니의 4월 / 전숙영 시장 한 귀퉁이 변변한 돋보기 없이도 따스한 봄볕 할머니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땟물 든 전대 든든히 배를 감싸고 한 올 한 올 대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품이 넓어지는 스웨터 할머니의 웃음 옴실옴실 커져만 간다 함지박 속 산나물이 줄지 않아도 헝클어진 백발 귀밑이 간지러워도 여전히 볕이 있는 한 바람도 할머니에게는 고마운 선물이다 흙 위에 누운 산나물 돌아앉아 소망이 되니 꿈을 쪼개 새 빛을 짜는 실타래 함지박엔 토실토실 보름달이 내려앉고 별무리로 살아난 눈망울 동구밖 길 밝혀준다

좋은 글 2024.04.19

봄이여, 4월이여 / 조병화

봄이여, 4월이여 / 조병화 하늘로 하늘로 당겨 오르는 가슴 이걸 생명이라고 할까 자유라고 할까 해방이라고 할까 4월은 이러한 힘으로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을 밖으로, 밖으로, 인생 밖으로 한없이, 한없이 끌어내어 하늘에 가득히 풀어놓는다 멀리 가물거리는 것은 유혹인가 그리움인가 사랑이라는 아지랑인가 잊었던 꿈이 다시 살아난다 오, 봄이여, 4월이여 이 어지러움을 어찌하라

좋은 글 2024.04.18

4월나무 / 최연창

4월나무 / 최연창 움직임이 없다는 것 소리가 없다는 것 그것은 생명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움직임도 없이 소리도 없이 4월의 나무는 생명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움을 틔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연록의 잎들을 가득 품고 푸른 봄을 이루었습니다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커다란 몸부림이었고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그것은 아름다운 침묵의 노래였습니다

좋은 글 2024.04.17

4월의 노래 / 노천명

4월의 노래 / 노천명 사월이 오면은, 사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 라일락 아래로 푸른 물 다담뿍 안고 사월이 오면 가냘픈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람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사월의 정령을 드높이 기운차게 불려 보지 않으려나 앙상한 얼골이 구름을 벗기고 사월의 태양을 맞기 위해 다시 거문고의 줄을 골라 내 노래에 맞추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좋은 글 2024.04.16

잎새라는 이름 / 허수경

잎새라는 이름 / 허수경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새가 있다면 아주 조금 먹고 길게 우는 새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바람이 있다면 그 바람 속에서 날려가는 우산은 가볍겠지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눈이 있다면 따뜻하고 보드라운 깃털일 거야 잎새라는 이름의 탱크가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의 테러리스트가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의 전쟁이 있다면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군인이 있다면 내가 기다리는 곳까지 와서 맑은 차를 마시다가 잠이 들 거야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잘 처려진 저녁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잘 저문 저녁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잘 여문 밤 별이 새처럼 지저귀는 언덕에서 잠드는 해도 잎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잠든 해 별의 먼지 아래 잎새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이 있다면 얼마나 순한 눈썹을 당신은 가지고 있을까 잎새라..

좋은 글 2024.04.14

황무지 / 토마스 스턴스 엘리엇

황무지 / 토마스 스턴스 엘리엇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 여름은 우릴 놀라게 했어요 . 슈타른베르크 호(독일에 있는 호수) 너머로 와서 소나기를 뿌리고는 ,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인 진짜 독일인입니다 . 어려서 사촌 대공의 집에 머물렀을 때 썰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 그는 말했죠 , 마리 , 마리 꼭 잡아 .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

좋은 글 2024.04.12

삶의 비밀 30가지 명언 / 오스카 와일드

삶의 비밀 30가지 명언 / 오스카 와일드 1.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나이가 같다. 2.삶은 복잡하지 않다.복잡 건 우리들이다.삶은 단순한다.그리고 단순한 것이 옳은 것이다. 3.성공은 과학이다.조건이 갖춰지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4.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드문 일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존재할 뿐이다. 5.인생의 목표라는 게 있다면, 언제나 나를 유혹하는 것들을 찾아 헤매는 것 뿐이다. 그런 것들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때로는 단 하나의 유혹에도 빠지지 못한 채 온종일을 허송하기도 한다.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미래에 대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6.삶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그 편이 더 나을 것리다. 7.우리는 언제나 다소 있음 직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8...

좋은 글 2024.04.11

개나리꽃 / 김명수

개나리꽃 / 김명수 ​ 면목동 언덕배기 산비탈 방에 전라도에서 올라온 두 자매가 어젯밤 야업을 끝내고 혼곤히 잠들어 있다 ​ 두고 온 고향의 헐벗은 산등성과 버짐 핀 동생들의 얼굴을 그려보며 ​ 웃목에는 끓여 먹은 라면 그릇이 치우지도 못한 채 포개져 있는데 "언니! 언니! 아끼고 아껴서 부친 돈으로 농사빚은 얼마나 갚았을까?" ​ 삼월은 아직도 추운 봄인데 연탄조차 갈지 않은 썰렁한 방에 두 자매가 꺾어놓은 개나리꽃이 망울을 맺은 채 피어나고 있다

좋은 글 202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