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의 말
- 배 한 봉 -
바람 불고 어둠 내려서 길 잃었네
나무야, 너는 굳센 뿌리로 대지를 움켜쥐고
팔 들어 별을 헤아리겠지만, 나는
네 뿌리 밑으로 노래의 씨를 묻는다네
길 잃은 슬픔 너무도 오래 사랑하여
슬픔이 한 꽃송이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는
외로운 시간 너무도 오래 사랑하여
슬픔이 한 꽃송이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는
나무야, 네 뿌리 밑으로 별의 푸른 밝음을 묻는다네
영영 결별 없는 사랑이 되기 위해
언 땅 위에서 아직도 집 짓지 못한 벌레의 집이 되고
동행 없어 외마디 비명으로 죽어 가는 바람의 친구가 되고
나는 이제 예감의 숲에
아프고 환한 노래의 씨를 묻는다네
반응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찔레꽃 / 이 외 수 (0) | 2016.06.14 |
---|---|
짧은 삶에 긴 여운이 남도록 살자 / 용혜원 (0) | 2016.06.13 |
장미와 가시 / 김승희 (0) | 2016.06.09 |
6월 / 황금찬 (0) | 2016.06.08 |
6월의 시 / 김남조 (0) | 2016.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