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 내려가는 날이다
어제 밤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노면이 미끄러울 것이 예상되어
평상시 보다 1시간 빨리 출발했다.
시내를 벗어나 비상활주로 4차선 도로에서
1차선으로 주행하는데...
시내와 다르게 도로가 빙판이다
모든 차량이 60Km 미만 저속으로 주행하고 있다
직선도로 1Km 정도 주행하던 중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
차가 미끄러지며 갑자기 좌측으로 급회전 한다
빙판길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공감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회전하며 2차선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핸들을 돌려 봐도
의지와 관계없이 2차선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짧은 순간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함에 당황하는데
눈앞에 붉은 벽이 나타난다
순간 내 차량의 우측 범퍼로 붉은색 관광버스 뒷 부위와 부딛 쳤다
내 차량은 번갯불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중앙분리대 와
1차선 사이의 공간에 역방향으로 멈춰섰다.
1~4차선에서 오는 차량의 강렬한 불빛에 몸은 사시나무떨듯하고
긴장되어 차량에 그대로 앉아있는데...
2차선에서 비상 깜박이를 넣고 버스기사가 소리치고 있다.
차량주행이 뜸 할 때를 이용해서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주차시키고
오는 차량을 피하면서 버스에 가서 운전자와 버스를 확인하니
내 차와 부딛 친 부위의 도색이 좀 벗겨졌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로 일관하자
버스기사가 차량번호와 전화번호 메모해서 건네주고 바쁘다며 자리를 떳다
같은 시간... 2.5톤 탑차가 경계석에 부딛 쳐 도로변에 서 있다
내가 자기차량을 받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차량을 한 바퀴 돌며 상대 차량을 확인하니
어느 부위가 받쳤는지 알 수 없다
내 차량을 살펴도 버스와 부딛 친 부위외엔 확인 할 수 없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나자 몸과 마음이 점차 안정되어간다
상대 기사에게 내가 버스와 부딛쳤지 아저씨 차와 접촉이 없었으니
나에게 어거지로 보상을 요구하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자차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서 출발하려하자
이 아저씨가 막무가내로 나를 막고 있다
옥신각신하다 경찰을 불렀다
그리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보험사에 사고 접수하고
현장에 나와 달라고 주문했다
가까운 파출소에서 왔다며 신속하게 경찰관 3명이 도착해서
어느분이 신고했느냐고 말하며 사고 경위를 묻는다
나는 있는 그대로 사고경위를 설명했으며, 상대방은 2차선에서 버스가
급제동으로 서는 바람에 피하면서 자기는 피해자라고 강한 톤으로 말한다
나에겐 내 차가 받았다고 생떼쓰더니 금새 말을 바꾸고 있다
물론 상호간 일진이 사나워서 사고가 났지만
나는 2차선으로 내려가지도 않았을 뿐더러 버스역시 뒷 차량에게
위험 상황을 비상등으로 알리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안전수칙을 다했다고 생각된다
버스는 비상등을 켜고 100미터 쯤 주행하다 섰다고 말해주었고
빙판길에서 아무리 대형차라고 해도 급제동이 되지 않는데
상대방이 어거지 주장을 한다고 말했다
보험회사에서 직원이 나왔다
상대차량보험사에서도 직원이 나왔다
내 보험사 직원에게 사고경위를 말하고
바쁜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어 서둘러 자리를 떳다
2.5톤 탑차 기사는 보험사 직원이 뭐라고 말했는지 더 이상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
온 몸에 힘이 없고 긴장한 탓에 평시보다 저속으로 주행하던 중
사거리 적색신호에 정차 중 버스기사에게 전화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차량수리 할 부분이 있으시면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하자 “빙판길에서 미끄럼사고라 어쩔 수 없고, 나중에 확인해서
페인트만 벗겨졌으면 다행이고 판금까지 할 정도면 회사차량이니
어쩔 수 없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너무 감사해서 감사합니다만 몇 차례 말씀드렸는데
이틀이 다 되어 가는데 연락이 없는 것은
아마 미미한 상태인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오후 시간... 회사 보험담당자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보험사직원한테서 전화가 왔다
2차선에 내려가지도 않았으며 2.5톤 차량 사고에 원인제공을 하지 않았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도 그 분이 왜 어거지로 말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유야 어쨌든 내가 빙판에서 회전하며 버스와 충돌하는 바람에
그 분 차량이 사고가 나서 마음 한 켠 미안한 생각이 드는데...
하는 행동이 너무 얄미웠다
카센타 사장님께 사고 경위를 말하며 '사고원인에 대해 의문이다" 라고 말하자
도로 상태가 타이어 한쪽 부위는 얼어있고 한 쪽이 얼지 않았다면
브레이크 밟지 않아도 차량이 미끄럼타서 돈 다고 말씀하신다.
여직 껏 몰랐던 귀한 정보다
오늘 대한인데 봄 날 같이 포근하다
머지않아 봄 소식이 들리고 동절기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도 사라질 것이다.
하루를 보내는데 오늘 같이 본의아니게 무척 힘들게 지나가는 날도 있다
많고 많은 날들 중에 하루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게 인생살이다
회사차량 운전 중 일어 난 사고라서 회사에 대해
미안한 마음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버스와 부딛 친 어제 하루가
어쩌면 행운을 가져다준 날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 2015 .0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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