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낙엽 사라짐처럼 / 용혜원
늦은 밤 너에게 편지를 쓴다는 일은 즐거움이다.
어둠이 아무도 모르게 스며드는 것처럼
그리움이 엉겁결에 다가와서는 떠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잠들고 꽃들마저 잠들어 내일 필 이 시간에
빛나는 별처럼 너의 모습은 또렷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친구야!
우리 목숨하나 가지고 사는데
한 목숨 바램이 왜 그리도 많은 지 모르겠다.
우리의 이상, 우리의 꿈은 한 갖 노래였었나
그리도 멋진 스승도 떠나가고
밤새도록 읽어내렸던 소설책도 먼지가 쌓일 무렵
우리는 이마에 골이 패고 우리의 가슴은 좁아지기만
하는가 보다
친구야!
내일을 이야기하던 우리들의 정열도 일기속에
파묻히고 우리들 곁에 수 많았던 벗들도
가을 낙엽 사라짐처럼 떠나가버리고
너와 나 둘이 남았구나.
친구야!
이 밤 무엇을 너에게 써 보낼까?
낙엽 쌓인 길에서 / 유안진
한번 더
나를 헐어서
붉고 붉은 편지를 쓸까 봐
차갑게
비웃는 바람이
내팽개친 들 또 어떠랴
눈부신 꿈 하나로
찬란하게
죽고만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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