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평생학문.

덕 산 2022. 8. 15. 14:35

 

 

 

 

 

평생학문.

 

박천복 2022-08-15 07:22:45

 

학문(學問)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익히는 일이며 나아가서는 사물을

탐구하여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지식을 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학문은 학자의 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학교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문은 그들만의 전유물일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수라는 직책은 학교에서 보수를 받고 학문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다.

그러나 보통사람은 자기가 좋아서, 보수 없이 그 일을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직업인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 분들이다.

한편 직장에 다니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학문을 평생 해내는

분들도 행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게 평생학문의 길이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당시 기준으로는 대기업에 속하는 한, 일 합작의

철강회사에서 일했다.

사무실은 청계천에 위치한 , 당시로서는 한국에서 제일 높다는

삼일로 빌딩 28층에 있었다.

그 빌딩은 우리 회사의 사옥이기도 했다.

보수도 좋은 편이었고, 근무환경도 좋았으며 내가 맡은 업무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과장이 되었을 때 허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건 회사와는 직접관계가 없는 나 자신의 문제로서 내 일상의

한부분이 크게 비어있다는 자각이기도 했다.

출퇴근과 회사의 일, 가끔씩 있는 직원들과의 회식, 그게 다 였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의미’ 가 찾아지지 않았다.

비록 보수를 받고 하는 일 이었지만 결코 내 자신의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내게 과연 ‘내것’ 이 있는가. 있다면 그게 무엇인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특히 화가인 아내가 살림하고 애들 키우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자기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아내는 국전 구상부문에 입선하는 영광도 얻었다.

 

 

 

 

 

 

 

그래서 오래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으며 마지막으로 얻은 결론은

‘내 것’ 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바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 것을 가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게는 그게 공부학문이었다.

비로소 ‘평생학문’ 의 개념이 정리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택한 분야가 문화사(文化史)였다.

문화사를 선택,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 원대한 꿈이었고 그만큼

가슴 설레이는 일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교보문고에 가서 하루를 살았다.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 코너가 문화사관계 책들로 덮여있었다.

기초를 위한 책들도 많았으며 전문화와 다양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었다.

나는 기초가 될 수 있는 책 여러 권을 사 가지고 희망에 부풀어

집으로 돌아왔다.

실로 나의 평생학문인 문화사공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 회사를 은퇴하고 20여년이 지나 80대 중반이 된 나는 정말

거의 평생을 문화사 공부를 한 셈이다.

그리고 지금도 매달 새로 나온 문화사관계 책을 5,6권씩 사서 읽고 있다.

문화사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역사, 지리, 문화인류학, 고고학, 생물학, 고대 생물학,

그리고 최근 개발된 진화심리학까지 공부해야한다.

물론 연관학문의 범위는 더 넓어질 수 있다.

나처럼 문화사 중에서도 ‘진화’ 쪽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경우 지구학

까지도 공부해야한다.

정말 엄청난 책들을 읽었다.

과장 때부터 지금까지 50여년을 문화사 공부를 했으니 끝 낼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학문에는 끝이 없다.

모르고 시작 할 때의 공부의질과 많이 알고 더 공부할 때의 학무의질은

비교자체가 안 된다.

알수록 도 공부하고 싶은 게 학문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즐거움과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지금 나는 80대중반의 완전한 노인이다.

그러나 내 옆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친구가 돼온 목관클라리넷과

첼로가 있으며 서가에는 문화사 책들로 차고 넘친다.

지금은 서가가 모자라 방바닥에 쌓아놓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매일 문화사를 더 깊게 넓게 공부하고 있다.

지금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문한 새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평생학문,

그것은 한 인간을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드는 놀라운 세계다.

35억년전의 바다에서 생긴 단세포가 지금의 호모사피엔스가 되기까지의

얘기는 너무나 극적이고 파란만장한 것이어서 문화사가 아니고는

풀어낼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 놀라운 이야기를 평생공부 한다는 것도 사실은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먼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무에서 내려와 두발로 서고

걸은 것이 불과 700만년전이다.

그리고 20만년전에 우리인간종인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떠났다.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무미건조하게 살 수밖에 없다.

일단 은퇴하고 나면 정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길어져 퇴직하고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무엇을 하며 그 긴 세월을 살 것인가.

몸이 늙으면 젊었을 때 하던 모든 것은 할 수가 없다.

바로그때 자기 곁을 굳게 지켜주는 것이 ‘평생학문’ 이다.

노인이 안락의자에 깊숙이 앉아 책을 들고 공부를 계속한다면 그보다

더 우아한 노년은 있을 수가 없다.

다행이 이 선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단, 더 늦기 전에.

학문의 분야가 얼마나 넓은가.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선택은 벌써 시작이기 때문이다.

 

문화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쉽고 재미있는 입문서 몇 권을 소개한다.

1. 절멸의 인류사,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사라시니 이사오. 이경덕역. 부키.

2. 세상이 궁금할 때 빅히스토리. 신시아 브라운. 이근영역. 해나무.

3. 제3의 침팬지. 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정흠역. 문학사상사.

4. 진화의 종말. 폴 에일릭, 앤 에일릭. 하윤숙역. 부키.

 

하나를 알고 세상을 사는 것과

백을 알고 세상을 사는 것은 전혀 다르다. ㅡyorowon.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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